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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히스토리]한국 대중음악 어법의 혁명, ‘아침이슬’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우리 대중가요의 금자탑이다. 한동안 노래방에서 그날 회합의 대미를 장식하는 합창곡으로 인기를 누린 이 곡은 1995년 광복50주년 기념 MBC우리 가요 100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떤 대중가요 조사에서도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다. 대중성보다는 바로 이 노래의 사회적 의미가 이 곡에 역사적 높이를 부여한다.

   태양은 묘지위에 / 붉게 떠오르고 /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 나 이제 가노라 / 저 거친 광야에 / 서러움 모두 버리고 / 나 이제 가노라...’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지만 단호함을 전달하는 가사는 김민기의 눈에 비친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이 시적으로 승화되어 이전 가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발군의 문학적 감수성, 지적 성찰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드러낸다.

   노래운동연구가 이영미는 이 노래가사를 한편의 시로 비유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어두운 새벽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으로의 시간 변화와 동산 아래에서 위로, 다시 광야로 확대되늰 공간의 변화, 안으로만 향해 있던 간밤의 고뇌에서 태양과 묘지로 상징되는 외적 고난의 예감을 거쳐 서러움 떨치고 광야로 나아가는 심리적 변화, 바로 시간 공간 심리 이 세 가지가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

   1971년에 세상의 빛을 본 이 곡은 한마디로 이전의 통속적인 대중가요가 보여 줬다. 쾌락과 패배적 허무의식을 벗어나 자기모색을 거쳐 민중적 지향의지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김창남은 아침이슬에 이르러 한국 대중가요는 가장 드라마틱한 표현을 얻게 된다고 서술한 바 있다.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는 실존적 자기결단의 의지는 지식인적 한()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며 많은 젊은이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경험하는 되는 강렬한 동료의식의 정체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미국 모던 포크의 영웅 밥 딜런이 하루살이 같은 가사를 성경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고평을 획득하는 것처럼 김민기 역시 세속적 사랑과 이별 타령의 노랫말을 성찰적 지성의 단계로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아침이슬하나로도 충분하다.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은 이 곡이 애초 KBS 방송사에서 건전가요로 선정되었지만 곧바로 특별한 사유 없이 금지곡으로 묶여버렸다는 점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 핍박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저항성을 경계한 박정희 군부정권의 핍박을 받으며 오랫동안 방송과 판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어찌 좋은 노래를 부르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막을 수 있으랴. 이 억압이 도리어 아침이슬의 생명선을 연장해주었을지도 모른다.

   노래가 오래간다는 것은 사회적 역사적 의미가 아니라 예술성도 높다는 것의 반증이다. ‘김민기의 페르소나라고 할 양희은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노래도 사람의 손금처럼 생명선이 있다고 전 믿어요. 1년 짜리 노래도 있고, 10년 생명의 노래가 있고 50년 가는 노래가 있는 법이죠. 그의 노래가 오래 가는 것만으로도 그는 뛰어난 인물입니다.”

   김민기가 뛰어난 인물일지 몰라도 대중가수 혹은 인기가수는 아니다. 한창 때 그가 가수로서 발표한 앨범은 1971년 앨범 딱 한 장이며 여기 수록된 곡 아침이슬도 김민기의 노래가 아닌 양희은이 부른 곡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솔직히 가수로서 기억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김민기는 1951년에 태어나 1970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 재학생 시절에 동기인 김영세와 함께 포크 듀오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를 결성해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71년 발표한 독집 앨범은 음악계에 일대 충격파를 불렀다. ‘아침이슬’, ‘친구’, ‘아하 그렇게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김민기 작사, 작곡인 순수 자작(自作)품이었기 때문이다. 외국 팝송을 번안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시절에 놀랍게도 자신이 직접 쓴 창작곡으로 앨범을 구성해 내놓은 것이다. 포크송 바람은 그가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한대수처럼 그보다 먼저 자기 곡을 부른 가수도 있었지만 자작곡 독집음반을 선보인 것은 김민기가 최초였다.

   아티스트 자주(自主) 정신의 표현이라고 할, 진정한 의미의 싱어송라이터문화가 그와 함께 꽃피기 시작한 것이다. 김민기의 앨범 이후 포크 가수들 사이에서는 내가 쓴 곡으로 내 앨범을 만든다!’라는 욕구, 다시 말해 단순한 가수를 넘어 작곡가 겸 가수가 되겠다는 욕구가 폭발했다. 이후 이장희, 김정호, 백순진, 이정선, 조동진, 정태춘과 같은 포크작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포크 아티스트 물결은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시작점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그를 레전드 음악가로 끊임없이 언급하는 이유는 스스로 자기 것을 창작해 노래하는새로운 음악 패러다임을 청춘문화에 이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기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굵은 자취를 새긴 음악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이슬이 그 의미를 축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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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중음악 평론가 겸 방송인이다. 저서로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 젊음의 코드,등이 있으며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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