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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24의 힘!-②>아픈 사회, 아픈 사람들-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고전은 전범·전형(典範·典型)을 담고 있기에 가치가 큽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가 있습니다. 고전은 바로 이러한 점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독서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호인 양 인식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와 상상의 원천이 독서일진대 독서를 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방도는 없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독서가 싫은 사람일수록 고전을 읽어야 합니다. 고전 한 권이 일반서(대중서·개념서) 100권 또는 1000권을 갈음하기 때문입니다.

  《고전 24의 힘!시리즈는 인문·사회·자연·응용 과학 부문의 고전 24권을 선정하여 앞으로 3년에 걸쳐 유명 인사들의 독서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개글을 받아 연재할 계획입니다. 구성은 필자(또는 화자) 소개, 집필 배경, 주요 구성 내용, 당대 및 현재의 의미와 가치, 읽어야만 하는 이유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학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일독을 바랍니다. <편집국씀>

 

 

 


이현권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사람이다

언젠가 내가 진료실이라는 작은 방에 적응했을 때부터 느껴온 생각이다. 이 작은 방은 상처들로 가득 찬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의 덩어리들이 이 좁은 방에서 떠다닌다. 이 방의 하루는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흩어지면서 지나간다. 하지만 여기에 머무는 이야기는 단순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나에게 받아들여지면서 그들에게는 위로와 의미가 된다.

   지금 이 사회는 아픈 사회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꿰뚫어본 이 사회의 광풍은 지금도 계속되는 듯하다. 가치 체계는 자본과 권력이 만든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고정되어 있고, 이 사회의 논리를 가르치는 교육은 그 가치 체계에 헌신한다.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상품의 소유 여부에 따라 인간은 상하좌우로 구분된다. 더 놀라운 것은 드라마의 극단적인 환상이 대다수 대중들에게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드라마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실제로 느껴지는 병리적 사회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회 구조 앞에 놓인 사람들이다. 1등은 그 자리가 주는 성취감이 의외로 공허함을 알게 되며, 1등의 달콤한 맛을 빼앗길까봐 불안하다. 2등 또는 3등은 1등이라는 닿을 듯한 세이렌의 유혹에 메말라간다. 중간쯤의 등수도, 그 아래 등수도 사회가 만든 가치 체계에 무기력해지든지, 아니면 그 체계를 부정하며 분노한다. 대다수가 불행해지는 사회 구조, 그럼에도 빠져나올 수 없는 욕망과 경쟁이 지배하는 암담한 현실이다. 이런 사회는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의 획득과 적응을 위해 감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때로는 감정 자체도 그 사회적 목표를 위해 조작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제게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슬픈 이야기다. 하지만 로 들어가는 작은 문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를 시작으로 는 단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깊이 있는 두께로 진행된다. 그들은 뒤에 나의 손에 내 감각이 느껴져요라든가, “지금껏 어두웠던 봄이 이렇듯 생명으로 느껴진 건 처음이에요라는 말로 감격을 이야기한다. 사회라는 짙은 배경의 그림에 의 윤곽선이 그려지고 색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이 획일적 사회에서 개별적인 인간에 대한 발견을 말하는 듯하다.

   바로 이 개별적인 인간에 대한 역사적인 발견과 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956-1939)이다. 프로이트 이전의 인간은 이성적이고 의식 중심의 인간이었다. 그 아래 들끓는 감정과 본능의 덩어리들은 당시 소수의 시인, 화가, 작가 들에 의해 하나의 운동으로 외쳐지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원래 신경과 의사였다. 팔다리가 마비되고, 눈이 보이지 않는 등의 다양한 신경증 증상은 당시 치료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지적인 호기심은 당대 최면술의 대가인 베르넴(Hippolyte Bernheim)의 치료를 보며 실마리를 찾는다. 최면 상태에서 최면술사에게 암시된 말은 최면이 깬 후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물어보면 맥락이 맞지 않는 말로 얼버무린다. 예를 들면 최면 상태에서 당신은 최면이 깬 이후에 추운 겨울에도 창문을 엽니다라는 지시를 받으면 최면이 깬 이후에 그대로 행동하고는 환기가 필요해서 그랬어요라고 해명하는 식이다.

   프로이트는 이 최면술이 치료가 안 되는 여러 증상에 효과적이라는 것과 인간의 마음에 의식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최면술에서도 여러 한계가 드러난다. 환자마다 최면에 걸리는 정도가 다르고, 치료 이후 증상이 계속 재발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를 카우치에 눕힌 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자유 연상(free association)’을 개발한다. 이 방법은 무의식 연구에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모든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막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벽을 저항이라고 하였고, 그 저항하는 강력한 힘을 언어로 말하게 되면 환자의 증상이 없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억압된 그 힘이 바로 성욕(sexuality)을 포함하는 무의식(unconscious)이다. 의식할 수 없지만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무의식을 통해 당시 해결할 수 없었던 많은 정신과적 질환들이 치료되기 시작한다.

   프로이트의 초기 이론은 지형학적인 모델(topographic model)로 인간의 마음을 의식(conscious), 전의식(preconscious), 무의식(unconscious)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전의식은 집중하거나 약간의 암시로 기억나는 층을 의미하고, 무의식은 기억할 수 없고 정신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심연의 층이다.

이 무의식 이론은 그의 노년기에 한 번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마음을 구조적(structural model)으로 본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적인 층을 기본으로 하고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구조화 하였다. 리비도와

공격성을 포함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성향을 이드, 현실의 적응을 담당하는 자아, 비판적이고 도덕적인 기능을 하는 부분을 초자아로 불렀다.

프로이트는 평생 환자를 놓지 않았던 임상가였다. 그의 삶을 통해 구축했던 무의식의 이론은 경험의 바탕 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는 이에 머물지 않고 무의식의 이론을 예술, 문화, 사회, 문화, 종교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그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프로이트가 치료했던 작은 방은 인간과 문명 전반을 이해하는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은 그가 평생 쌓아올렸던 많은 저작에서 지형학적인 모델을 구축했던 시기에 위치한다. 이전에 많은 논문들로 무의식의 존재와 임상에서의 유용성을 학문적으로 밝힌 후 그 내용을 중심으로 의사들과 일반인들에게 강의한 내용들을 모은 것이다.

   무의식은 진료실 내의 역동적인 힘만은 아니었다. 의식의 공간에서 금지의 영역이었던 무의식은 단지 그 존재를 숨기고 있었을 뿐, 중력과 같은 거대한 힘이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하는 실수 행위들을 시작으로 그 힘에 접근한다. 일상에서 흔히 하는 실수 행위들은 무의식의 관점에서 보면 무의식의 의도가 대부분 숨어 있음을 의미한다. 간단한 예로, 앞으로 세미나가 6회나 남은 지도 강사가 다음 시간에 우리 끝이지요?”라는 실언을 하는 것은 그날 세미나가 무척 힘들었음을 나타낸다. 다른 예로 이사를 앞둔 환자의 실수를 들어 보자. 그는 자신이 이사를 가야 하는 곳이 A동이 아니라 분석을 받고 있는 B동이라고 말한다. 이는 분석가와 함께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분석을 시작으로 무의식으로 가는 지름길인 의 분석으로 향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신비의 영역이었던 꿈은 프로이트를 기점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그는 실제 임상에서 꿈들을 분석하여 무의식의 강력한 힘을 치료에 적용하였으며, 자신의 꿈을 분석하여 모든 개인과 문명 발달의 이정표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했다.

   꿈은 기본적으로 잠을 유지하게 하며, 무의식적 소망을 만족시키는 기능을 한다. 흔히 우리가 개꿈이라 부르는 의미 없이 보이는 꿈의 이야기는 발현몽(manifest dream)이다. 이 발현몽은 의식의 영역에서 무의식적 소망을 숨기기 위한 가장된 형태이다. 즉 의식의 시선을 피하면서 무의식적 소망을 꿈에서 은밀히 만족하는 것이다. 발현몽과 대비되는 무의식적 소망을 나타내는 꿈을 잠재몽(latent dream)이라 한다. 정신분석의 작업은 이 발현몽에서 잠재몽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나의 임상에서 보였던 두 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첫째는 나의 분석에 30분 늦은 환자의 꿈이다. 평소에는 분석 시간인 오후 6시에 오기 위해 5시에 출발을 해왔다. 그날은 피곤하여 낮잠을 잤는데 꿈에서 4시라는 숫자가 시계에 보여 계속 잤다는 것인데 사실 이때의 시간은 5시였다. 이 꿈의 분석은 간단하다. 4시라는 숫자는 계속 잠을 유지하기 위한 환자의 소망인 것이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밝혀진 진짜 소망은 분석 시간에 갈등을 말하기 싫었다는 것, 즉 저항이었다.

   또 하나의 예는 왼쪽 팔과 다리의 편마비 증상으로 온 20대 여자 환자의 꿈이다. 검은 색 옷을 입은 30대 남자를 칼로 잔인하게 살해하여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환자가 4년 전 편마비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보았던 사람이었다. 환자는 잠시 뒤에 검정색 옷은 환자가 어릴 때 아버지가 즐겨 입었던 옷이었음을 기억했고, 나는 꿈속의 검정색 옷을 입은 사람은 바로 환자가 어릴 때부터 분노했던 아버지라고 해석했다. 환자는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받아들였고 이후 마비 증상은 호전되었다. 즉 어릴 때부터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무의식에 계속 있었고, 편마비 증상은 자신의 파괴적 공격성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 이론으로 무의식의 역동적 존재를 밝힌 후 실제 임상에서 무의식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여기에서 무의식의 핵심 이론인 리비도와 그것이 어떻게 인간 발달 과정에 깊이 영향을 주었는지 제시한다.

   증상 형성과정, 불안은 여전히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특히 환자와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전이(transference)의 발견은 놀라운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전이란 과거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가 현재 분석가와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개념을 자신이 실패했던 도라(Dora)의 케이스를 통해 깨달았다. 즉 도라는 프로이트를 어릴 적에 경험하고 상상했던 아버지로 여기고 그 분노를 프로이트에게 표시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이 현상의 이해와 적용은 현재 정신분석의 임상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정신분석 입문이후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평생 동안 다듬었다. 그는 완성된 이론을 고집하지 않았고 오히려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열린 태도는 그의 제자들과 정신분석가들이 무의식의 이론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발전시킨 동력이 된다. 현재 그의 이론을 따르는 정신분석학은 크게는 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를 시작으로 하는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과 도날드 위니컷(Donald W. Winnicott) 등이 발전시킨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 theory),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등이다. 하지만 이렇게 넓어지고 깊어진 정신분석의 이론의 기원을 따라가면 여전히 프로이트가 그의 전 생애에 걸쳐 밝히려 했던 이 시기의 무의식이 숨 쉬고 있다.

   시대가 지날수록 무의식의 존재감은 커져가는 듯하다. 예술가는 이 무의식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시각화하고 있으며, 철학가는 이 무의식의 힘을 그들의 사유에 적용하고 있다. 정치나 경제는 무의식의 영향을 어떻게 통치나 자본에 연결시킬지 골몰한다. 프로이트가 살았던 이성의 시대에 광기라 불렸던 에너지는 이 사회에서 은밀하지만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인간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의식하면 안 되는 어둠의 힘에 언어를 부여했다. 그 언어는 인간을 고통스런 증상에서 해방시켰으며, 갇힌 가치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를 발견하게 했다. 아마도 정신분석 입문에서 프로이트가 지향한 부분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분석가가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정신분석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무의식에 대한 관심은 인간으로서 이 사회와 구별되는 의 발견에 첫걸음이 될 것이다. 즉 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개별적인 나의 이야기에 들어가는 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10분 동안 관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내가 가르치는 정신과 전공의 선생님들,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단순히 사회에서 규정된 틀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다. 나의 사고로부터 시작되어 감정으로 채워지는 두께의 시간이다. 사실 아직 이 부분은 이 의식의 사회에서 어둠 속 미증유의 공간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 공간에 작은 관심, 즉 작은 손길만으로도 깊이 있는 인간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인간임을 확인받을 때 인간이 된다. 프로이트는 그 인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의식을 발견했다. 정신분석 입문이 지금도 살아있는 텍스트인 이유이다.

 

이현권_ 정신과 전문의. 국립경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서울병원에서 정신과 전공의 과정을 수련 받았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 중이며 한국정신분석학회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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