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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의 무게도 문제였지만 양도 많았다.

 

 

많은 대학생들이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어떤 학생은 주로 편의점, 소매점 등에서 계산업무를 하고, 어떤 학생은 음식점 또는 예식장에서 그릇을 치우거나 음식을 갖다 주는 일을 한다. 많고 많은 일들이 있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이른바 노가다라고 불리는 공사현장에서 일했다.

   이전까지 현장에서 일을 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자재를 옮기고 작업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을 치우는 잡부 역할을 했다. 돈을 번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험과 함께 삶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살아남기

   일반적인 건설현장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낡은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공사였다. 대부분 실내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에어컨이 중앙제어로 돌아갔기 때문에 찜통같이 더운 교실도 많았다. 오래된 등을 떼는 과정에서 녹슨 못 같이 위험한 부산물에 다치지 않도록 긴팔·긴 바지 작업복을 입었기 때문에 더욱 더웠다. 땀을 닦기 위해 가져온 수건은 금세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사람들은 남의 지갑에서 돈 빼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직접 일해서 돈을 벌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40킬로그램에 달하는 조명들을 옮기면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힘들다였다.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욱신거렸으며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다. 학교가 개학하기 전에 공사를 끝마쳐야 했기 때문에 새롭게 달 조명의 포장을 벗기고 바로 달 수 있도록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아르바이트 둘째 날 아침엔 발바닥이 너무 아파 신발을 신기도 힘들었다. 일하는 내내 파스를 허리에 달고 살았고, 양 팔에는 멍이 잔뜩 생겼다. 차량에서 자재를 내리는 동안 햇볕을 쪼였는데, 쬔 쪽만 살이 붉게 익기도 했다.

 

   현대판 양반과 천민

   하는 일이 몸을 쓰는 것인만큼 온 몸에 먼지와 검댕이 묻고, 흘린 땀으로 인해 등과 머리가 적셔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실내로 들어가면 닫힌 교실 속의 열기는 마신 물을 전부 땀으로 빼냈고, 밖으로 나오면 8월 초의 햇볕은 땀으로 푹 적셔진 옷이 마를 정도로 뜨거웠다. 당연히 일을 하고 난 뒤의 겉모습은 꾀죄죄해졌다. 오전 작업이 끝나고 같이 일하는 인부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데, 양복을 빼입은 젊은 사람들이 옆으로 지나갔다. 별로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 한두 명이 우리를 약간 흘겨보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 곳곳에서는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는 말이 돌았다. 말 그대로 일에는 귀한 것과 천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화이트칼라 직종도, 조선소나 공장에서 용접하는 블루칼라 직종도 똑같은 노동이며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엔 경비원이든 교사든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교사들도 경비원들과 허물없이 지내기도 했기 때문에 직업의 귀천이 사라졌다는 것을 점차 확신해나갔다. 이후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인식과 생각을 지니고 살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실눈을 뜨고 흘기는 것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아직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직업에 따라 천민과 양반이 갈려져 있었다. 만약 어르신들이 그러셨다면 살았던 시대가 크게 다르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흘려 넘겼겠지만, 비교적 젊은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께서도 여태까지 이런 일을 많이 겪으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일하셨다.

   내가 대학에 와서 받아쓰던 용돈은 전부 아버지가 이렇게 힘들게 벌어오신 돈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일하며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어머니도 일하시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시고 자식들을 먹여 살리셨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일이 끝난 뒤부터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그 돈에 담겨진 의미가 얼마나 큰지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강건 기자********@pine.d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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